팬님께 넣었던 커미션
에스카 바멜 x 오벨 하트
다들 오늘은 무언가 일이 있는 것 일까. 외롭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쓸쓸한 복도를 쾌활 한 발걸음으로 걸으며 오벨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사람 한명 없는 복도를 구석구석 관찰 한다. 딱히 오벨에게 복도를 관찰하는 취미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일이 없는데 같이 놀아 줄 사람도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히 할 일도 없었기에 오벨에게는 지금 우연 히 걷고 있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구석구석 관찰한다는 선택지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복도 모서리 끝에 정말로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하는 자그마한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쯤, 오벨은 느린 속도로 움직이던 다리를 갑자기 뚝 하고 멈추더니 마치 아이가 삐친 것 같은 뚱한 얼굴을 하고 주먹을 꽉 쥔 채 양 팔을 위로 쭉 벌린다.
“아, 정말! 재미없슴다~! 아무나 저랑 놀아주세요!”
오벨의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차갑고 쓸쓸한 복도에 울린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소리 를 친 장본인인 오벨 본인이 목소리의 울림에 그만 어깨 위로 올렸던 팔을 급하게 내리고 제 귀를 꾸욱 막을 정도였다. 분명 오벨 본인이 있는 장소의 특성상 울리는 것이 특히 더 큰 것 이겠지. 이 복도 싫슴다~ 귀를 꾹 막으며 이미 오랜 기간 함께 한 복도를 향해 아이 같은 불 만을 중얼거린다. 그렇게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나, 이제는 안 울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귀를 꾹 막고 있던 손을 떼고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움직인다.
멈추고 있던 복도 관찰을 다시 시작한 오벨의 밝은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니까 새삼스럽지만 무지 깨끗함다, 아 저기에 먼지 쌓였슴다, 저기 구석에 있는 흔적 뭔가 선배 닮았을지도?! 아침을 닮은 밝은 눈동자가 재밌을 정도로 즐겁다는 감정 을 빛낸다. 그렇게 한참을 그러다가, 오벨은 자신의 모든 생각이 선배에게 집중한 것을 깨닫 고 묘하게 부끄러워져 조금 열이 오른 뺨을 두 손으로 꾸욱 감싼다.
“선배 생각 하니까 선배 보고 싶어졌슴다….”
선배 지금 뭐하심까,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대방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아련한 목소리를 중 얼거린다.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멈춘 발걸음이 어째서인지 평소와 달리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착각이라고 그렇게 애써 생각하며 오벨은 깊게 한숨을 내쉰다. 아침을 닮은 밝은 눈동자는, 더 이상 즐거움이라는 감정으로 빛나고 있지 않았다.
보고싶슴다 선배!! 그렇게 소리치려고 입을 열었을 때, 조금 떨어져 문이 살짝 열려 있는 방 안에 보이는 익숙한 인물을 눈에 담고 오벨은 한 순간에 아침을 닮은 밝은 눈동자에 빛을 되 찾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선배를 보고 싶었는데 선배가 보인다니 운명임다…!”
나 기뻐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이 전신에서 기쁘다는 감정을 내뿜으며 목소리를 높게 올린 다. 장난스럽게 농담이 섞여 있으면서 정말로 운명이기를 바라는 것 같은 그런 바람과 소중한
사람을 봤다는 기쁨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오벨은 저절로 지어지는 환한 미소를 참지 못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고 아까까지는 느리게 움직였던 발걸음을 빠른 속도로 바꿔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선…!”
“저와 사귀어 주세요.”
어? 귀에 울리는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필사적이었다. 반사적으로 입 밖으로 흘린 얼빠진 목 소리, 오벨은 입을 양 손으로 막고 급하게 방 안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제 몸을 문 뒤로 숨긴다. 아까까지는 즐거움과 기쁨에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식어버리고 대신 그곳에 차오른 것은 알 수 없는 죄악감이었다.
방 안에는 두 남녀가 있었다. 남성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오우거 학원의 사령탑이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배. 한 쪽은 가끔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대화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여성. 방 안의 분위기는 묘하게 무거웠고 오벨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정도로 눅눅했다. 저 와 사귀어 주세요. 여성은 에스카바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들어 있는 감정은 너무나도 필사적이었고 잔잔할 정도로 아련하게 오벨의 마음까지 두드리는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 었다. 조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은 건,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왜냐면,
“…마음은 고맙지만, 미안하군. 난 이미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
오벨도, 지금 에스카바에게 고백하는 여성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한 시간 같은 일분이 지나, 조심스럽게 입을 연 에스카바의 대답은 여성의 마음에 대한 정중하고 예의 바 른, 그렇지만 확실한 거절이었다. 조금 거친 말투와는 달리 상냥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선배는 여성의 진지한 마음에 제대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오벨 은 그런 에스카바를 좋아했다. 중독되어버릴 것 같은 달콤한 숨을 느끼고, 서로의 체온을 느 끼며, 입술을 겹치고 싶은, 그런 좋아한다는 감정. 그렇기에 충격이었다. 고백을 받는 장면도 충격 이었지만,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선배…좋아하는 사람 있었구나….”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작은 목소리가 느리게 퍼져 나간다. 손끝이 조금 차갑 게 변해, 몇 번이고 쥐었다 피는 것 같이 움직이다가 급하게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깨닫 는다. 에스카바는 방금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라고. 더 이상 붙고, 들 이대면 안 돼. 그런 생각이 절로 들어, 머릿속에서 멋대로 정리하고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방 안에서 여성의 감사해요.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벨은 급하게 그 방에서 떨어져, 목적지 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
에스카바에게는 최근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정확히는 에스카바 본인이 말하기 부끄러워 죽어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은 고민이었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내뱉을 수도 없고 이렇게 혼자서 구석에서 끙끙 앓으니 좀 한심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숨을 깊게 내뱉고 피곤한 두 눈덩이를 손으로 꾹꾹 누른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에스카바.”
익숙하게 제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에스카바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푹 숙이 고 있던 고개를 휙 하고 든다. 익숙한 청 녹색의 짙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신이 잘 아는 사람. 걱정의 시선, 보다는 그저 호기심과 즐거움만이 들어 있는 새까만 눈동자였기에 과연 저 녀석 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에스카바에게 남은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방 한 구석에 주저앉아 있자니, 자신에게 호기심을 비추는 인물, 미스트레 또한 따라서 똑같이 시선의 높이를 맞추는 것 같이 제 옆에 쭈그려 앉는다. 말해 봐. 그렇게 말하 는 것 같은 즐거움에 빛나는 눈동자에 에스카바는 꺼려지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무거운 입을 연다.
“오벨, 그 녀석이 계속 피해.”
“오벨이?”
그래 오벨이. 에스카바는 오늘만 몇 번 째 일지 모르는 한숨을 내쉬고 조금 아파 오는 것 같 은 느낌이 드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일의 발단은 정확히 일주일 전 이었다. 딱히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 상 분명 특별한 일 따윈 없을 텐데, 뇌에 기억되고, 눈꺼풀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을 정도로 익숙해진 여름의 숲을 닮은 옅은 녹색 머리카락. 당연하게도 그곳에 시선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오벨. 제 기억에 강렬하게 흔적을 남긴 녀석,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이름을 부른다.
“서, 선배…!”
“…? 뭘 그렇게 놀라는,”
“저 진짜 완전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
눈동자가 크게 뜨이더니, 평소의 밝고 즐거운 얼굴은 어디가고 어딘가 곤란하고 당황한 얼굴 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딱 보아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알기 쉬운 변명을 입에 담더니 특유의 신체능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에스카바의 어중간하게 뻗은 손은 결국 손 끝에 조차 무엇 하나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바람만이 쓸어내릴 뿐이다. 바쁜 일이 있다고 갔 지만, 어딜 보아도 거짓말을 하는 얼굴 이었고 티 나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벨이 나를 피한다고? 설마 하는 생각에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 착각이겠지 거의 확신과 같은 예상을 애써 부정하며 착각이라 확신한다.
다음에 만나면. 그런 다짐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피는 것을 반복하고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 다. 그렇게 다음 날, 그 날은 에스카바 본인이 바빠 오벨에게 찾아갈 여유도 발견했다 하더라
도 대화할 여유가 없었으며 그 다음 날은 아무리 찾아도 오벨이 보이지 않았고 그 다음날은 오벨을 발견했음에도 말을 걸 여유가 없었으며 그 다음날은 드디어 오벨과 대화를 하게 되었 지만 마치 첫날과 똑같이 오벨은 알기 쉽게 자신을 피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오늘도 그러했다. 애서 부정하고 있었던, 거의 확신과 같은 예상을 이제는 답으로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벨 하트는 에스카 바멜을 확실하게 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애가 계속 피해서 충격 받았다는 거야? 한심하네,”
“시끄러워.”
미스트레의 입에서 마치 비웃음과도 같은 웃음소리가 작게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에스카바 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짜증을 내는 것 같이 살짝 미스트레를 노려본다. 조금 날카로워진 시선에 미스트레는 어깨를 으쓱이고 바닥에 주저앉은 몸을 슬쩍 일으킨다. 고민과 복잡한 감 정이 가득 담긴 밤하늘을 닮은 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미스트레는 시선을 한 바퀴 빙글 돌리 더니 평소와 같은 미소를 그린다.
“진짜로 걔는 왜 그러는 거야?”
“그건 뭐 네가 알아서 해야지~”
도발이 가득 담긴 말을 툭 내뱉고 작게 웃음을 흘린 뒤 미스트레는 에스카바가 무슨 대답을 하는 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등을 휙 돌리고 교실 안을 나간다. 오벨이 에스카바를 피하는 것은 명확했고, 주먹을 쥐었다 피는 것을 반복하며 조금 저려 오는 손을 풀어낸다.
“하, 참…뭔데 진짜.”
마치 손끝부터 손바닥 전체를 자극하는 따끔따끔한 감각은 약한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 이었다. 몇 번을 더 손을 쥐었다 피는 것을 반복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짜증이 가득 담기는 것 을 느끼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도망치게 두는 것도, 이렇게 답답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이제는 끝이다.
*
저녁노을이 학교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모든 일이 끝나 휴식을 취하며 굶주린 배를 채울 시 간. 에스카바는 느린 발걸음으로 복도를 걷는다. 복도를 예쁘게 물들인 노을은 따뜻하게 보였 지만, 동시에 쓸쓸했다. 따뜻하면서 쓸쓸하다니, 무척이나 모순적인 말이라고 그렇게 느꼈지만 그것 이외의 표현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에스카바는 느린 숨을 토해내고, 시야에 비추는 익숙한 인물을 바라보며 아주 잠깐 멈춘 발걸
음을 움직인다. 분명 몇 시간 전 까지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었을 공간 이었지만, 지금은 단 한명을 제외하고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복도와 같은, 역시 나 조금 쓸쓸하고 외로운 공간이라고 그렇게 느끼며 교실 안에 발을 들이민다. 시야에 비추는 것은 쓸쓸한 저녁노을이 지배하는 아무도 없는 교실의 창가 끝에 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인물 이었다. 자신의 기억에, 머리에, 눈꺼풀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사람.
“오벨.”
몇 번 불렀을지 모르는 이름을 입에 담는다. 상대방을 향하는 모든 감정을 담기에 두 글자의 이름은 너무나 짧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남아버린 갈 길 잃은 감정이 혀끝에 모이더니 얼마 안 있어 공기 중에 흩어져 흐리게 사라져버린다. 가득 차 흘러넘치는 감정을 전하기에는 말만 으로는 부족했고, 행동만으론 부족했다. 그러니까, 느리게 쉼 호흡을 하고 자그맣게 떨리는 아 침을 닮은 밝은 눈동자와 시선을 맞춘다.
“나랑 얘기 좀 하자.”
“서…선배?! 왜, 왜 여기, 아니 저 이제 가 봐야 함다!”
자그맣게 떨리는 눈동자가 놀란 것 같이 크게 뜨이더니 이내 당황했는지 에스카바의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다급하게 발걸음이 움직이더니 에스카바를 지나쳐 교실 문 밖 으로 향한다. 당황과 어딘가 필사적인 감정이 섞여 있는 오벨의 표정은 에스카바의 마음에 강 하게 흔적을 남겨 정말 한순간 에스카바의 몸이 경직하듯 멈추었다가 급하게 그 손을 뻗어 익 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오벨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제 손에 잡힌 오벨의 조금 열기가 오른 체온이 기분 좋게 에스카바에게 전해진다.
“선배한테 할 얘기, 저는 없슴다!”
“네가 없어도 내가 있어!”
시선조차 맞춰주지 않고, 고개를 휙 돌린 채 교실 문으로 향해 있는 오벨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장소에서 떠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었다. 평소에는 귀찮을 정도로 붙으면서 이 번에는 귀찮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떨어지려는 오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 오벨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넣는다.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는 밤하늘을 닮은 눈동자가 강한 의지에 흉흉한 빛을 낸다. 그런 시선에 오벨은 그만 두 눈을 꽉 감는다.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래서 일부러 피하는 건데, 조금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무언가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눈만 꾹 감는다. 그런 오벨의 반응에 에스카바는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손목을 너무 꽉 잡았나 하는 생각에 잡고 있 는 손의 힘을 느리게 푼다. 물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벨은 꾹 감았던 눈을 뜨더니 잡혀 있는 손을 다급하게 빼고 멈추었던 발을 움직인다.
“너 임마 위험…!!”
급하게 움직인 오벨의 다리가 꼬이며, 그대로 앞으로 앞으로 기울어진다. 물론 넘어지는 것으 로 크게 다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에스카바는 반사적으로 움직인 손을 뻗어 오벨을 제 품안에 감싸고 그대로 바닥을 구르듯이 넘어진다. 단련된 신체는 그렇게 강한 충격을 주지 않 았지만 단련의 필요성이 없는 머리는 달랐다. 머리를 강하게 박아 전해져오는 강하지는 않지 만 그래도 조금의 아픔에 눈살을 찌푸린다. 에스카바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체온이 기 분 좋게 퍼져 괜찮아? 그렇게 물어보려 찌푸리던 눈살을 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을 때 순 간 시야를 지배하는 아침을 닮은 밝은 눈동자와 부드러운 입술 그리고 코를 훅 자극하는 향기 에 에스카바의 몸이 그대로 정지한다. 선배? 오벨의 흐려져 있던 초점이 느리게 맞추어 지더 니, 빠른 속도로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겹쳐져, 키스가 가능 할 것 같은 가까운 거리. 오벨이 당황한 듯 몸을 그대로 굳히자 이마와 이마가 툭, 닿고 부끄러움과 기대 그런 감정이 섞인, 잘게 떨리는 아침을 닮은 눈동자가 똑바로 자신과 맞춰진다. 무의식적으로 그대로 입을 맞추려던 충동을 자제하고 에스카바가 미, 미안하다. 급하게 제 몸을 일으키고 따라서 오벨도 일으켜 세운다.
“일단, 너 좀 진정하고 머리 식히고 얘기하자.”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힌 것은, 코를 가득 채우는 향기와 제 시선을 강탈한 부드러운 입술, 기 대와 불안에 가득 차 잘게 떨리는 아침을 닮은 눈동자. 분명, 조금만 움직이면 입술은 겹쳐져 달콤한 키스가 가능했을 것이다. 몰려오는 열기를 꾸욱 억누르고 자꾸만 떠올리는 것을 억제 하는 것같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몇 번 누른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오벨이 얼마 안가 진정한 것인지 에스카바를 올곧게 바라본다. 여전히 눈동자가 살짝 떨려오지만 그래도 아까와 비교하면 확실하게 진정하고 있었기에 에스카바는 제 입을 조심스럽게 연다.
“그래서, 요즘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날 피하는 거냐?”
“그, 그게…선배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잖슴까…! 그래서, 저 같은 애가 달라붙으면 곤란할 것 같고…, 그치만 선배 얼굴 보면 자꾸 저도 모르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 드니까 그거 참으려 고 피해다녔슴다…,”
죄송함다…. 아침을 닮은 눈동자에 눈물이 모이더니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볼을 타고 눈물 이 몇 방울이고 흘러내린다. 바보 같을 정도로 솔직하게 제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는 모습에 에스카바는 놀란 것 같이 눈을 크게 뜨더니 크게 한숨을 내뱉고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크러뜨린 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어이없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바보 같을 정도로 솔직한 오벨, 그렇기에 에스카바 또한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머, 멍청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에… 정말임까!?”
“그래 이 둔탱아! 그러니까 넌 눈치 볼 필요 없이 평소처럼 하기나 해. 적응 안되니까.”
홧김에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그 말은 확실하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양 뺨에 열기가 모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며 무시한다. 손을 뻗어, 안심이라도 시키는 것 같이 오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손길에 오벨은 헤헤, 기쁜 것 같이
작게 웃음을 흘리다가 그대로 팔을 양 쪽으로 쫙 벌려 평소와 같이, 아니 평소보다도 더욱 기 쁜 얼굴로 에스카바를 끌어안는다.
“우우웃, 저 너무너무 기쁨다~~선배~~!”
“크헉…, 아, 갑자기 끌어안지 말라고!!”
갑작스러운 강한 충격에 에스카바는 크게 화를 내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저를 꼭 끌어안는 오 벨을 밀어내지 않는다.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곤란한 것 같이, 입가에 미소를 그려.
*
“그래서, 어땠어?”
“선배가 좋아하던 사람이 사실 저였다고 함다~~!!”
“지금까지 몰랐던 너도 대단하네.”
미스트레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이며 그저 기쁘게 태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오벨을 바라본다.